2008년 12월 23일 화요일

<르포> "수송아지는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전남도청 앞 송아지들 (무안=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한국낙농우협회 전남도지회 소속 농민들은 23일 전남도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젖소 송아지값 폭락에 항의하며 정부에 젖소 송아지 값 기금 조성 등을 요구했다. betty@yna.co.kr

美쇠고기 수입후 육우 수송아지 가격 2만~3만원대로 폭락

(영광=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암컷이 아니라 수컷이 태어나면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25년간 낙농업자로 살아온 선종승(47)씨의 목소리는 힘이 없어 착잡한 심정임을 짐작하게 했다.

전남 함평군 월야면에서 4천300㎡ 규모의 축사를 운영하는 선씨는 올봄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기 전만 해도 40만~50만원대에 팔았던 육우(홀스타인종) 송아지가 지금은 2만~3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비닐하우스를 고쳐 만든 작은 축사에는 태어난 지 2주밖에 안 된 수송아지 5마리가 뛰어놀고 있었지만 선씨는 아직 이들을 어디로 보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수송아지는 젖을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식용 육우를 키우는 전문업체에 보냈지만 두달전부터는 수송아지를 사겠다는 상인의 발길이 뚝 끊겼다.

선씨는 23일 "살아있는 송아지는 2만~3만원인데 죽으면 인근 개소주집에 10만원을 받고 팔 수 있죠. 동거동락 해 온 송아지를 두고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기 그지없어요"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래서 선씨는 지난 10월 이후에 태어난 수송아지 열다섯 마리는 헐값에 팔 수도, 그렇다고 자신이 키울 수도 없어 "키워서 먹든지 팔든지 마음대로 하라"며 인근 농가에 그냥 줘버렸다고 했다.

송아지들은 푹신한 쌀겨 위에서 선씨가 들고 있는 젖병을 쫓아다니며 재롱을 부렸지만 그의 표정은 송아지처럼 편한 것 같지 않았다.

대략 6개월간 우유를 먹는 송아지는 하루에 1천700원씩 농가에 부담을 안긴다.

선씨는 "쇠고기 수입을 개방하면서 한우 농가에는 소득을 보전해주고 젖소 농가의 생계는 나 몰라라 하는 정부에 잘못이 있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정책 미비로 젖소로서 가치가 없는 수송아지를 합리적으로 처리할 길이 별로 없다는 한탄도 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수송아지가 태어나면 젖소 임신 기간에 들인 비용을 보전할 방법이 없다"며 "필수 식료품인 우유를 생산하는 전국의 낙농육우 농가들에 이런 어려움을 겪게 해서야 되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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